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가 2023년에 일본을 추월한다는 전망을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내놓았다. 당초 2027년 정도에 역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급격한 엔저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내용은 한일간의 GDP가 역전된 이후로는 다시 역전되는 일 없이 그 격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1. 일본경제,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부진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였고, 한때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일본을 본받겠다고 하는 일본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하강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에는 ‘잃어버린 10년’을 한탄하게 되었고, 2010년대 중반에 와서는 다시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소니, 캐논, 도요타 등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선두기업들은 점차 빛을 잃었고, 한번 동력을 잃은 일본 경제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거함’이 복원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2. 한-일 양국 GDP 추이 비교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를 비교해 보면, 1980년에는 한국이 1,714불, 일본이 9,463불로 일본이 한국의 5.5배였다. 그 20년 후인 2000년에는 한국이 12,261불, 일본이 39,169불이었고 양국간의 격차는 3.2배로 줄었다. 다시 그 20년 후인 2020년을 보면, 한국이 31,727불, 일본이 39,918불이고 격차는 1.3배이었는데, 바로 다음 해인 2021년에는 34,984불 대 39,285불로서 격차가 1.1배로 다시 줄었다. 사실상 거의 대등해진 것이다.
1980년과 2000년, 2020년을 비교해서 20년씩 연평균 1인당 GDP 성장률을 살펴 보면, 한국은 각각 10.3%, 4.9%였는데 비해, 일본은 7.4%와 0.1%였다. 일본의 성장률이 한국에 비해 크게 낮았던 것은 물론, 2000년 이후 20년간은 거의 성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 달러화로 환산되는 1인당 GDP는 환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데, 2022년에 원화는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8.1% 하락한데 비해 엔화는 12.3% 하락했다. 엔화 가치의 하락폭이 원화보다 컸다. 따라서, 2022년에는 양국의 1인당 GDP가 거의 같아졌을 것이고, 2023년부터는 역전되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보다 높아지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3. 1인당 GDP, 일단 역전되면 재역전 쉽지 않다
1인당 GDP는 전체적인 거시경제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물가상승률, 환율, 경상수지 등이 모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할 경우, 일본이 이를 다시 역전시킬 수 있을까?
경제성장률의 경우, 우리나라도 이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 있지만, 노쇠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일본의 기업들이 디지털 사회에 들어선 이후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를 이끌고 갈 리더기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의 노령인구를 가지고 노동생산성을 개선하기도 어렵다. 경제가 좋아질 전망이 별로 없으니 엔화가치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19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우리에게 일본은 언제나 '롤 모델'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20년만에 상황이 확 뒤바뀌었다. 일본 경제가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창 잘 나갈 때에 자신을 너무 과신하고 자만에 빠진 결과이다. 거시경제 지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한 이후에는 재역전되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가 계속 앞을 향해 달려 나간다는 전제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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