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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로 읽는 삶

하이키(H1-KEY)-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가사 감상

by Writing1004 2023. 3. 14.

젊었을 때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감을 답답해 한다. 나이가 들면 그제서야 젊음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음을 알게 된다.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청춘을 더욱 알차고 보람 있게 보냈겠지만,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던”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그러니, 젊은 날을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그 많은 유행가 가사가 허다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다.

 

하이키(H1-KEY)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건물에서 연상되는 시멘트 내음·무미건조함과 장미라는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향기·아름다움의 선명한 대비. ‘장미가 건물 사이에 피어났다’는 짧은 문장에서 질긴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아름답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의문이 든다.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물론, 건물 사이에 그럴 듯하게 조성된 화단에 심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장미는 가꾸어 지는 것이니 호기심과 찬탄의 대상은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놀라움을 주는 그런 장미라면 필시 차가운 보도블록 사이 아니면 건물 벽 한 켠에 있는 몇 움큼의 흙에 뿌리를 내렸을 터이다. 그래서 그 생명력이 더 아름답고, 더 절실하고,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손을 탈 수도 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친 가시를 갑옷처럼 두르고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으니 대견하기만 하고,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제발 살아남아 줬으면 꺾이지 마 잘 자라줘
온몸을 덮고 있는 가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견뎌내 줘서 고마워

 

꽃은 그 자체가 그리 오래가는 것이 아니지만, 자연이 주는 생명마저도 다하기가 쉽지 않다. 꽃이라고 해도 예쁘지 않으면 취급을 해 주지 않아 버려지기 쉽고, 예쁘면 또 예쁜 대로 꺾어 가서 그 아름다움을 독차지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건물 사이에 핀 장미이니 오죽이나 신기하고 예쁘겠는가? 그런데 그 놀라움과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손을 타기 쉽게 만든다. 하니, 내가 장미라면 외치고 싶지 않겠는가? “제발 그냥 살게 좀 내버려 줘!”

 

예쁘지 않은 꽃은 다들
골라내고 잘라내
예쁘면 또 예쁜 대로
꺾어 언젠가는 시들고
왜 내버려 두지를 못해
그냥 가던 길 좀 가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hey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있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자신감, 더욱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기에 바쁜 사람들의 몫이 아니다. 고통과 인내, 끊임없는 성찰의 과정을 겪더라도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원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원망은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꿈과 희망과 의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미인들 삭막한 도시의 건물 사이에 자리잡고 앉아 자동차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쓰기를 희망했겠는가? 그저 씨앗으로 있을 때 그리로 날라오게 된 것을 가지고,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무엇 하랴.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Oh-oh, oh-oh)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Woah-oh-oh)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Oh-oh, oh-oh)
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 (웃을 때까지)

 

내가 원해서 여기서 나왔냐고
원망해 봐도 안 달라져 하나도
지나고 돌아보면 앞만 보던 내가 보여
그때 그때 잘 견뎌냈다고 생각 안 해 그냥 날 믿었다고

 

건물 사이에 있으니 고요할 것 같지만, 골바람은 오히려 세다. 어여쁜 장미에는 벌레도 많이 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좁은 공간에서 기필코 뿌리내리고 솟아 올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마는 장미라면 찬미의 대상이다.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이다’, “나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이 도시를 아름답게 하겠다”, “우리가 함께 살아있음을 축복하겠다고 선언함은 강한 자기 긍정과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내 살을 베려 해도
자꾸 벌레들이 나를
괴롭히고 파고들어도
No,
언제나 굴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아 난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Keep it up
Oh-oh, oh-oh, oh-oh, oh-oh
It's a song for you and I
Say that we're alive, celebrate it now

 

하이키는 20세 전후의 여성멤버 4명으로 이루어진 젊은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의 환하고 싱그러운 미소는 유달리 앳돼 보인다. 하지만, 노래의 가사가 담고 있는 삶의 자세는 뭣도 모르는철부지들이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다. 나름대로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 해도,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이 든 사람들은 부끄러워 질 수도 있겠다.

 

나도 저 나이 때 저랬더라면…”.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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