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를 부르는 스테이씨의 영상을 보면 6명의 그룹 멤버들이 무대에서 ‘통통 튀는’ 듯한 경쾌한 느낌인데, 가사는 의외로 쿨하고 진중한 삶의 자세를 담고 있다. 멜로디까지 쉽고 편해서 청중들이 호응하기 좋은 장점도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어쩌니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서로 잘 지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자란다. 세상이 나에 대해 말하고 평가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기는 하다. 그래서 남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늘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 마련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짜릿한 쾌감을 줄 때가 많다. 특히, 뭔가 색다르고 자극적인 ‘스토리’와 ‘양념’이 더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부담스럽지만, 남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거리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나’든 ‘남’이든 말과 외모로 드러나는 겉모습은 작은 부분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90%가 수면 아래 버티고 있는 빙산과도 같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평가할 때 늘 “객관적으로 제대로 보았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추측과 상상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데 자기들끼리 ‘쿨’하다고, 정말이라고 믿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그러나, 남들이 그러는 걸 어떡하겠는가?
남의 말은 짜릿해 (mm-hmm)
앞뒤로들 make a fool
내가 볼 땐 아닌데 (mm-hmm)
자기들만 act so cool
상상은 자윤데 no way
진짜라고 믿거든
왜 자꾸 돌아가려 해?
답답해 how can I say?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말을 꾸며대면 잘 견디지 못한다. 어떻게든 따지고, 그렇지 않으니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주리라 다짐하기 쉽다. 그런데, 스테이씨의 테디베어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지혜를 권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언젠가 나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이니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어차피 이번 생에서는 ‘우리 서로가 다 처음’이니까 그런 게 당연할 수 있다는 한 마디도 덧붙이면서...
서두르지 마 no hurries
Anyway, anyway
우리 다 이번 생은 처음이잖아
Don't talk about it
Be about it or you will lose
욕심이 과해 always wake it up, it's your 꿈
서두르지 마 no hurries
Anyway, anyway
우린 다 이번 생은 처음이잖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며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누구와는 어떻다”라는 관계가 항상 변함없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저 사람과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오랜 친구라고 해서 “그 사람은 괜찮아, 진국이야”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가 허를 찔리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일을 우리는 자주 겪는다. 그렇게 해서 인생 경험이 쌓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해 진다고 하더라도, 그건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분노와 슬픔의 대상이다. 물론 나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항상 내 곁에서 응원해 주는 ‘찐친’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소수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나의 편이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일찍부터 내려놓는 것이 좋다. ‘만일의 사태’가 있더라도 너무 크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정답은 없어 one hunnit
그런 기대감 내려놔, 실망도 크니까 (damn)
Quiet please 비행기 모드로
편히 앉아 불필요한 말 속으로
내가 원할 때만 버튼 ooh-yeah
모드를 확실히 해
걱정이 아니면 참견
Call it now, call it now
질투일지도 몰라
잘하고 있는 건 나 so keep it down
니가 원하는 건 뭘까? Ooh-whoa-whoa
Yeah, yeah, yeah, yeah
바라만 봐 just like
Teddy bear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도 알지 못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들의 말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내가 견디지 못한다. 그러니 필요할 때는 듣더라도 그렇지 않으면 off-line으로, 비행기 모드로 돌려놓는 게 현명하다. On과 off를, 듣고 안 듣고를 내가 알아서 정하는 것이다. “나는 잘 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면 누가 뭐라 해도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러면, 내 삶의 주인은 온전히 내가 된다.
곰 인형은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곰 인형을 좋아하는 것이 어린이뿐만은 아닐 것이다. 테디베어는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묵묵히 우리의 곁을 지키는 친구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그를 끌어안고 따뜻함과 부드러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말이 없기에 오히려 그 온기에 집중할 수 있다.
요즈음에는 사람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산다. 진실되지도 않고 쓸 데도 없는 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고 어떤 석학은 “말이 설사를 한다”고 표현했다. 자기 주장을 말로 나타내지 않으면 뭔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지적으로도 문제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서구 문화의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말은 좀 줄이고 생각은 더 늘리면 좋겠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늘 곁에 있으면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테디베어가 있으면 좋겠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테디베어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면 더욱 좋겠다.
'노랫말로 읽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브(IVE) 키치(Kitsch) 가사 감상 (0) | 2023.03.30 |
---|---|
하이키(H1-KEY)-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가사 감상 (0) | 2023.03.14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네버랜드를 떠나며' 가사 감상 (0) | 2023.02.07 |
신예영-네가 보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거겠지 가사 해설 (0) | 2023.01.28 |
임영웅의 아버지-가사 해석 (0) | 2023.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