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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로 읽는 삶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Cupid)-가사 감상

by Writing1004 2023. 5. 31.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에는 소녀가 사랑에 눈뜨기 시작할 때의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외로움으로 시작해서 선망의 대상을 발견하면서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 혼자만의 상상과 기대, 간절한 마음, 나를 알아주지 않는데 대한 실망,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갈등과 번민 등이 수시로 교차한다. 기다리기만 하고 수동적이기만 한 자신을 자책해 보기도 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물론, 에스파의 ‘스파이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성이 주도하고 때로는 도발도 하는 사랑이 있다. 하지만 그거는 아무래도 사랑에 경험이 쌓이고 성숙미도 갖추어진 20대 이후의 사랑이라 할 수 있고, 그보다 어린 소녀에게는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가 훨씬 감성적으로 잘 맞을 것이다.    

 

사랑에 점차 눈을 뜰 나이가 되면 유독 외롭고 사랑을 그리게 된다. 그럴 때 주변을 보면, 왜 그런지 나만 빼고 다른 사람은 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랑하고픈 대상을 찾게 되고, 그러한 사람이 나타나면 “어서 나에게 오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내 마음 같지는 않다. 그 대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외로움이 몇 배로 커진다. 특히, 상대방도 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답답하기만 하다. 속이 상하니 눈물도 난다. 이렇게 사랑의 번민은 시작된다.

 

불 꺼진 romantic, all my life
내 주위는 온통 lovely day
내 눈 속에 비친 arrow sign
(Oh, why? Oh, why?)
(Oh, why? Oh, why?)

I'm feeling lonely (lonely)
그만 힐끗대고 말해줘요
Hold me (hold me)
다시 crying in my room

나는 소녀다. 아직은 여리고 순수한 존재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나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어려서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바로 이때에 큐피드가 등장해서 상대방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쏘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제대로 들어맞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놈의 큐피드가 때에 맞추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 내 가슴 속에 혼자 앓고 있는 사랑이 있으면 해소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 때는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 튀어나온다. “뭐 하고 있니? 바보 같은 큐피드.”

 

소녀의 상상 속에 펼쳐지는 사랑이니, 감정도 변화무쌍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열심히 연습해 본다. 그런데, 현실은 꿈과 너무 차이가 난다. 사랑이 찾아오기만 하면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사랑이 찾아오기라도 해야 꿈꾸던 대로, 연습해 본 대로 해 볼 것이 아닌가! 이럴 때 큐피드는 뭐하고 있는 거야! 너를 믿은 내가 바보다!

 

숨기고 싶어 (say what you say, but I want it more)
But still I want it more, more, more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
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

또 꿈길을 걷는 everyday
눈 뜨면 다시 또 flew away
Waiting around is a waste (waste)
나 솔직히 지금이 편해
상상만큼 짜릿한 걸까?

Now I'm so lonely (lonely)
매일 꿈속에서 연습했죠
Kiss me (kiss me)
다시 crying in my room
포기할까 봐 (say what you say, but I want it more)
But still I want it more, more, more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
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

기다리고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나서는 수가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을 때 자포자기하고 지쳐 쓰러질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스스로 이루겠다는 의지와 결심으로 무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없다. 내 사랑은 내가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렇게 마음을 다진다. 이전까지는 사랑의 화살을 쏘지 않고 제 할 일 하지 않고 있던 큐피드가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내 사랑을 몰라주고 딴 짓이나 하는 상대방으로 대상이 바뀐다.

 

Who will really love me truly?
내게 기다림은 없어 I can't wait
더는 믿지 않아 now I'm gonna make it mine

Love is a light, I'll show my love is right
It's not a joke, so give it to me right now
No more chance to you
You know? Hey, d-d-d-dumb boy

 

그래도 피프티피프티가 노래하는 큐피드는 아직 소녀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기껏 마음을 다지고 뭔가 해보려는 결심까지 보였는데도, 다시 스스로에 대한 자책, 그리고 내가 마음 속에 숨기고 있는 사랑을 상대방이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수줍음으로 마무리짓고 있기 때문이다.

 

I gave a second chance to Cupid
널 믿은 내가 정말 stupid
다시 한번 못 들은 척 기회를 줄게
Cupid is so dumb

 

어떻게 보면 답답할 지 모르지만, 성장하면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사실 큐피드 속에 다 들어 있다. 사랑이 주는 여러 가지 아픔과 감정의 변화를 겪고 나면, 그것이 경험이 되어 외롭거나 슬퍼도 내성이 생기고,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이거다” 싶을 때 스스로 나서서 쟁취할 수 있는 힘과 용기, 전략도 생긴다. 이러한 모든 것이 Learning process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큐피드가 제 할 일 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욕만 할 일은 아니다. 큐피드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있고, ‘보다 심오하며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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