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의 허그(Hug)를 듣고 있으면, 끊임없이 방황하면서도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자기와 함께 마음과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싶은 젊은 날의 모습이 그려진다. 쇼미더머니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영지의 허스키하고 중량감 있는 목소리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독백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마음에 묵직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게 보인다
아직 젊기에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불안하고 두렵다. 꼭 봐야 하는 프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몇 시간 동안 TV 앞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하릴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를 껐다 켰다 하는 것은 뭘 해야 좋을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상 19세가 되면 ‘성인’이 되지만, '신체적 성인'과 '정신적 성인'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스무 살이 되고 스물한 살이 되어도 잘 모르겠고 불안한 것은 미성년자나 마찬가지이다. 될 수 있으면 좀 더 숨어서 살펴보다가 상황이 파악될 때 나오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뭘 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 세상은 거대한 운명의 바퀴 같다. 물질적인 것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다.
아마 자주 부르게 될 것 같진 않아. 지금 이 노래.
멋쩍게 웃어 보이는 것도 오늘은 그만할게.
집 밖이 두려운 21살의 습관은 도태
반짝이고 사라지는 게 무서워 더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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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새
하루 일과의 절반을 인터넷 세상과 함께 해도
Nothing change 모든 건 여전해.
넓은 침대나 비싼 월세의 집은
전혀 도움이 안돼서
도망쳐야만 했어.
그래도 자존심은 있다. 자존심마저 없다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내가 아는 나의 본래 모습은 숨기고, 내가 아닌 모습으로 가장한다. 강한 척, 행복한 척,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고 잘 웃고 잘 떠들지만, 사실 마음 한 구석은 늘 비어있는 것 같고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싫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칭찬할지 몰라도,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보는 나는 내가 누구보다 싫다. 하지만, 그걸 누가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한다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싸워야만 한다. 내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뜨거운 라디에이터가 내 단점을 녹여주길 바랬어.
너무 나약해 보이긴 죽기보다 더 싫어서
관대한 척 부러진 양 발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어.
미안해 사실 난 lonely
모두가 날 다 좋아한대도 의심하곤 해.
이걸 듣는 너는 날 안 싫어해도 돼
어차피 내가 날 제일 싫어하니까.
내가 솔직한 가사를 쓰고 싶었던 건
솔직하지 못한 내가 너무 싫어서
또 내 목소리도 싫어
누가 지적할 때면
외면하고 싶어서 괜히 핏대를 세워.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함께 맥박을 느낄 수 있는 허그
나만 왜 이렇게 용기가 없고 자신이 없는가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내가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좀 더 많은 해를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나이가 삼십, 사십, 오십이 되면 인생이 큰 바위처럼 든든하고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사람은 육체적으로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정신 연령도 거기에 정비례해서 성숙해 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젊다고 해서 자신 없어 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외롭고 힘든 데 나 혼자 끙끙거리고 악을 쓸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니 나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가장 쉽고 좋다.
허그는 내 심장과 상대방의 심장을 가장 가까이 대는 행위이다. 빠르게 맥박을 나누고 서로 공명할 수 있다. 지쳐 있을 때의 허그는 서로 기대는 행위이기도 하다. 혼자는 서지 못해도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 같이 설 수 있다. 그저 함께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되고, 다른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복잡한 생각은 모두 버리고, 괜찮을까 어떨까 신경쓰지 말고, 그저 순박한 어린아이처럼 기대기만 하면 포근하고 완벽한 허그가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런 허그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사실 허그가 필요했어”라고 속마음을 터놓는 순간, 나와 남은 진정으로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동지가 된다.
안겨 있어. 그냥 안겨.
신경쓰지 말래. 괜찮다 하네.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나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어서
안겨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넌 이게 필요했다고.
연습해 볼게. 살아가는 법을…
딱 한번만 나를 꽉 안아준다면
너의 위로는 나의 두 번째 어깨가 돼.
튼튼한 부목이 되니까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오래도 버텼어.
안겨 있어. 그냥 안겨.
안겨.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난 이게 필요했다고…
Hug 필요했다고…
팔을 뻗어줘.
Everybody needs a hug.
필요했다고.
난 이게 필요해.
이영지의 허그 노래 듣기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igrkXKrJOsU
젊었을 때 모든 게 불확실하고 잘 모르겠는 것은 인생의 대부분이 아직 여백이기 때문이다. 좀 더 오래 살수록 분명해 지는 부분이 많아 지지만, 그것은 자기 삶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린, 그래서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제는 사라져 버린 부분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젊을수록 내 삶의 가치, ‘기대값’이 크다. 그러니, “나의 젊은 날이 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리고, 쓸쓸할 때에는 언제든지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의 사람들과 허그를 나누도록 하자. 나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귀한 인연이고 허그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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