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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로 읽는 삶

세븐틴의 F*ck My Life와 손오공 - 가사 감상

by Writing1004 2023. 5. 9.

사람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을 꿈꾼다. 한번뿐인 삶이니 정말 멋있고 신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은 그리 만만하거나 희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배배 꼬이고 엉켜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우리를 정말 성질 나게만드는 것은 남들보다 내가 훨씬 더그런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어쨌든 남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직진하고 있고 그럭저럭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빠져나올 구멍도 못 찾고 미로에서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라는 존재는 과대평가의 대상이기 보다는 과소평가의 대상이기 쉽다.

 

불비타인(不比他人) -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 그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다.” 말이야 옳고, 불변의 진리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이상’이고 ‘도(道)라도 열심히 닦아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나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웃어넘기고 싶어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뭔가 울분이 계속 쌓이고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데, 그냥 참고만 있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해롭다. 그럴 때는 머리카락 쥐어 뜯고 고민만 하기 보다는, 한 번씩 소리라도 질러 주는 게 좋다. “이런 빌어먹을 세상! 왜 나만 이런 거야?”

 

이런 빌어먹을 세상
이런 빌어먹을 세상 나만 혼자 바보 됐어
갈 길을 잃은 채 갈 곳을 잃은 채
나만 바보 됐어
잊어버리자 이렇게 웃어 버리자 이렇게
되도 않는 위로를 해 봐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울컥
울고 싶어 계속 Wuh Uh Uh
사라져 가는 내 모습을 다시 찾고만 싶을 뿐

그렇게 소리라도 쳐야 마음이 비워지고, 비워져서 새로 채워질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생겨난다. 물론, 그래도 가슴 한 켠에 텅 빈 듯한 공허감이 남아 있음을 어쩔 수 없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울컥할 때도 있다. 고통과 불행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결국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가끔은 이렇게 힘든 삶을 빨리 그만두고 완전히 새롭게 포맷해 버리면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하다.

 

이런 세상은 어릴 때부터 보아온 만화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힘센 악당들은 늘 활보하지만, 강철 같은 투지와 굴하지 않는 용기로 무장한 주인공들이 언제나 그들을 물리치고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든다. 나도 그런 주인공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런 주인공을 보면서 박수만 치고 있는 관객이며 3자이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은 오히려 그늘져 있고, 어두운 검정색이다. 누군가의 뜨거운 심장을 하루라도 빌릴 수 있다면, 나도 이 세상을 확 바꿔볼 텐데...

 

어릴 때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왜
내가 될 수 없는지 내 맘은 아주 검은색
나와 하루만 심장 바꿔 줄 사람 어디도 없나

점점 난 지쳐가 혼자서 꾸는 꿈
이젠 너무나 지겨워 그만두고 싶어
난 나에게 어제 나에게 부끄러운
내일이 되고 싶지 않아
되도 않는 다짐을 해봐도

그런데, 좀 위안이 될 만한 사실이 있으니 사실은 남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남의 눈에 비친 나는 갈팡질팡하고 못나고 흔들리고 자신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고하고 잘나고 자신감에 충만한 존재인 것이다. 내가 보는 나와는 영 딴판이다. 그러니, 계속 좌절하고 의기소침하고 용기도 없는 채로 시들면 아깝지 않겠는가? 젊음은 그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 그저 애늙은이일 뿐인 젊은이가 아니라면, 응당 끝 모를 밑바닥까지 추락할 것 같다가도 어느새 다시 삶의 의욕을 불태우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   

 

지금부터 Fight For My Life
나를 위해 Fight For My Life
무뎌짐이 익숙한 세상에서
이제 나는 나를 찾고 싶어
 

세븐틴의 “F*uk My Life”는 좌절감과 우울함을 거쳐 지금부터는 내 인생을 위해 Fight 하겠다는 투지를 보이며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독백은 어쩐지 가냘퍼 보인다.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 억지로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처럼 보이고, 그래서 어쩐지 불안하다.

 

이러한 느낌을 털어내고 기분전환을 하려면 세븐틴의 손오공을 더 들어봐야 한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자신감으로 거침없이 좌충우돌하면서 인생을 내 멋대로, 신나게 살아가는 역동적인 모습이 담겨 있으니까... 여의봉도 있겠다, 순식간에 108천리를 간다는 근두운도 타고 날아다니겠다, 손오공에게 세상 뭐 겁나고 두려운 게 있으랴! 그저 해보고 싶은 것은 모두 해볼 뿐이다.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

많은 시련은 보란 듯이 I Always Win

강한 마음이 중요하지

미래는 도망가지 않아 내가 놓기 전까지

 

DARUMDARIMDA 구름을 타고 여기저기로 (Hey)

DARUMDARIMDA 우리들의 긍지를 높이러 (Hey)

DARUMDARIMDA 또 다른 세계 나아가자 Go

Rhythm에 맞춰

 

Say Say Say Say

영웅본색 Like This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세

 

힘을 다하고 쓰러져도

포기를 모르고 날뛰는 중

 

손오공은 무대의 주인공이고, 손오공이 보는 세상은 전부 내 꺼. 그래서 뭔 눈치 볼 것도 없고, 주눅들 것도 없다. 가다 보면 막히고 잘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머리털 몇 개 뽑아 훅 불고 내 분신들이 나가서 잘 해결하도록 만들면 된다. 잔혹한 진실이니, 달콤한 거짓이니 어려운 말을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나는 그저 나쁜 놈들 싹 다 모아 쓸어버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늘 승자이다. 패할 일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진실은 때론 잔혹해 (What's That?)

거짓은 때론 달콤해 (What's That?)

다정함은 때론 거짓말로 (What's That?)

나쁜 것 싹 다 모아둬

 

Ping 하고 불 나와

Ener Energy 기 모아 아주 다 나와

Ener Energy 한방에 아주 발사 파

지금부터 다 하늘 위로 함성 발사

이 노래는 이 만화의 엔딩송이다

 

손오공의 마지막은 구절, “이 노래는 이 만화의 엔딩송이다“F*ck My Life”에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부러워하던, 의기소침하고 수동적이던 나의 모습을 일거에 깨뜨린다. 마치 고치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오른 듯하고, 이 노래를 통해 내가 내 인생 영화의 주인공이니, 내 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가겠다는 독립선언을 한 것 같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아도, “F*ck My Life”는 조용하고 어쩐지 침울한 나레이션으로 되어 있지만, 손오공은 시종일관 힘이 넘치는 강렬한 율동으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두 노래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다. 두 노래를 이어서 보면 마치 지옥에서 천당으로 온 것 같은, 죽다가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F*ck My Life”는 손오공의 등장을 예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손오공처럼 자신감 뿜뿜”, 천방지축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F*ck My Life”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 얼마나 황당하고 허탈하겠는가? 처음은 어둡고 힘들더라도 마무리로 갈수록 신나야 하고, 그래야 모든 게 희망적이고 긍정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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