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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벤처기업 가치평가 허와 실

by Writing1004 2022. 12. 21.

기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가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따라서, 기업가치 평가 내용은 일종의 참고자료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평가기관의 가치평가, 맹신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 신문에 ‘벤처캐피털이 부추긴 사기극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한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와 이미 몇 년 전 공중분해된 바이오벤처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FTX와 테라노스는 한때 엄청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들이었고, 이들의 창업자는 모두 불과 20대의 젊은 나이에 거대한 부를 일구어 낸 ‘수퍼스타였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MIT와 스탠퍼드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백인 엘리트들이었고,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을 설립하여 단기간 내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전설을 연상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기사를 읽어 보면, 이들이 모두 ‘대규모 사기극을 벌였고, 여기에 속은 유명 투자자들과 대표적인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금을 날리면서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의문이 드는 것이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큰손들은 소위 '돈냄새를 맡는 데에는 귀신'들이고, 벤처캐피털도 세계 톱클라스의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수많은 인재들을 모아 첨단 금융기법으로 기업들을 속속들이 분석해 내는데, 어떻게 20대의 애송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사기당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된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경우에는 고객돈을 멋대로 운용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회사 규모를 뻥튀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고 하는데, 기업에 대한 감시가 엄격하고 주가 조작이나 횡령, 배임 등의 기업 관련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엄청 심하게 처벌하는 미국의 풍토를 감안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위의 신문기사는 “실리콘밸리의 잘못된 욕망과 관행은 홈스와 뱅크먼프리드의 몰락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분석하고, 블룸버그의 말을 인용해서 “실리콘밸리의 이런 오만은 평범한 개인을 파멸로 이끈다고 했다. 소위 “잘 맞추면 대박이고 잘못되면 쪽박이기는 하지만, 벤처캐피탈에 돈을 맡긴 개인들은 ‘당연히 대박을 낼 것이라고 믿었는데 쪽박이 나면서 오히려 피 같은 자기 돈을 잃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이쯤에서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 소위 기업평가 전문기관들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줄기세포 벤처기업을 설립했을 때의 경험

 

내가 예전에 몸담았던 대기업에서 줄기세포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한 일이 있다. 그룹에 속해 있는 대학의 의대 교수가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는데, 마침 줄기세포 기술이 크게 부각되던 시절이라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든 것이다. 특허가 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교수 명의로 되어 있었기에 이 기술을 신설 회사에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평가하여 금전적으로 보상한 후 명의를 이전해야 했다. 나는 당시 회사의 기획실장으로서 법인의 설립과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 소유권 이전계약의 체결, 기술이전료의 지급 등 전체 과정에 참여를 했고, 설립된 법인의 등기이사도 했다.

 

이 때 가장 핵심적이고 어려웠던 것은 해당 특허기술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였다. 당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평가기관 세 군데를 골라 기술의 내용과 기대효과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주도록 의뢰하였는데, 소위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이 검토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군데의 평가 결과가 적게는 1~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더욱이, 그러한 결론 자체도 확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조건이 이러저러하게 되면 이러저러한 결과가 된다는 식으로 가정에 가정을 더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밖에 평가할 수 없었다는 데 대해서는 이해가 된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특허를 받고 그 기술을 상용화시키려는 것인데, 평가기관의 담당자라고 해서 이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지 실패할 것인지, 성공한다면 시장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여기서의 시장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포함한다), 그리고 기술의 수명은 몇 년 정도가 될 것인지, 대체 가능한 경쟁기술이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 도대체 무슨 수로 알고 그 가치를 금전적으로 산출하겠는가? 아무리 해당 부문을 잘 아는 전문가이고 나름대로의 안목이나 식견, 경험이 있다 해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아무튼 그 때 내가 받은 인상은 ‘솔직히 우리들도 잘 모르겠고,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달아서 혹시라도 예측이 안 맞는 경우에  excuse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되, 너무 튀지 않는 정도로 해서 적당히 숫자를 만들어 낸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러한 사정은 바이오 분야뿐만 아니라 IT 등 신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이들이 내놓는 주관적이고 어떻게 보면 자의적이기까지 한 가치평가 자료가 신뢰의 대상이 되고 기업이나 주식의 시장가치로 그대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벤처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붙여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기술특례를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까지 가는 경우가 있는데, 널리 알려진 기업들조차 매출액은 거의 없이 매년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면서 근근히 연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상실험에 성공하여 제품 출시까지 이어진다면 그나마 ‘대박이 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예컨대 지금 1상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2, 3상을 준비하는 정도라면 그 임상이 과연 성공할지, 성공하더라도 언제 끝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실패한 기술임에도 투자자금을 계속 끌어모으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가 만들었던 줄기세포 기술의 바이오벤처 자회사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기술을 적용해 추출해낸 줄기세포를 처음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에는 임종 직전의 환자가 살아나는 성과를 보여 나 자신도 “이 기술이야말로 기적의 치료법이 되겠다라고 철썩같이 믿었는데,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의외로 실패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결국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회사는 몇 년을 그렇게 하다가 일단 정리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당 교수는 그 기술을 기반으로 별도의 회사를 만들고 코스닥시장에 특례상장까지 하였다. 바이오 붐을 이용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자금을 모으고 주가도 꽤 높은 수준까지 갔었던 모양이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지금은 주가가 이미 폭락한 상태이고, 몇 년이 가도록 매출액이 없는 상태에서 증자를 거듭해 회사 규모를 키워 왔으니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수가 계속 늘어났을 것이다.

 

직장인 가운데에도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기업의 건전성 여부는 재무제표 등의 자료를 직접 분석해 보는 것이 좋다. 매출액도 거의 없는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기업가치 평가에는 허와 실이 있으므로 보고서 수치들을 철썩같이 믿어서 사기당하는 것과 같은 결과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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