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Korea Night) 2023' 행사가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특히, 같은 시간에 개최된 '일본의 밤(Japan Night)' 행사보다 훨씬 많고 중요한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한일 양국의 위상 변화도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다보스는 스위스의 동부에 있는 산골마을이다. 대한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취리히로부터 148km 거리에 있고, 기차로는 3시간 걸린다. 가까이 갈수록 산길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로 가더라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매년 1월에 열리는 다보스포럼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지만, 사실 다보스는 비교적 작은 마을이다. 거리도 단촐하고, 숙소도 많지 않아서 주최측 초청인사가 아닌 경우에는 매우 비싼 패키지를 구입해야만 포럼 기간 중에 호텔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여유있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기업 총수 또는 고위직 인사 등의 수행원들은 비교적 먼 거리까지 가서 숙소를 구하기 일쑤다. 다보스포럼 행사 자체는 매우 유익하고 의미가 있지만, 현지에 가보면 굳이 그런 산골마을을 행사 장소로 선택한 스위스 사람들의 '장사 감각'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여러 나라가 자국을 홍보할 목적으로 저녁 행사를 개최하는데, 예전에는 일본이 '일본의 밤'을 통해 아시아의 '대표선수'임을 부각시켜 왔다. 사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선진국으로 급부상한 역사도 있어서, 다보스포럼과 같은 주요한 국제행사에는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그런 행사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는 데에도 익숙하다.
그런데, 금년에는 '일본의 밤' 행사가 크게 위축된 반면, 우리나라의 '한국의 밤' 행사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1회성 행사일 뿐인데, 그런 정도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는가" 할 사람도 있겠지만, 같은 시간에 열린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한 곳을 선택해야 하고, '한국의 밤' 참석자가 월등히 많았다는 것은 일본에 비해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실 국내에 있는 우리는 잘 실감하기 어렵지만, 해외에서 보면 한국의 위상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그 변화가 놀라울 정도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가 일본 문화의 침투를 단속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2000년대 들어 K-Pop과 K-드라마가 일본 대중문화를 압도하기 시작하더니 경제 분야에서도 어느 때부터인가 모르게 삼성, 현대,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름이 일본의 소니나 도요타를 앞서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에서 근무하던 90년대 말에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아예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었는데, 불과 20여년만에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은 아직도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과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서 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뽕'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은 실제로 세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나라'에 살고 있음을 다보스의 '한국의 밤' 행사가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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