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딸이 MIT에 입학하게 된 것을 두고 친야 네티즌들이 입학취소 청원까지 하는 세태에 대해 짧은 단상을 올린 바 있다[링크 : 한동훈 장관 딸 MIT 입학과 친야 네티즌들의 입학취소 청원 유감]. 그런데, 그러한 네티즌들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가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다[해당 조선일보 기사 클릭]. 청원을 주도하고 있다는 'Miju Moms(미주 엄마들)'가 실제로 미국 내에 거주하는 교포들이라면 현실적으로 기소와 재판에 이르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기사의 주요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미국에서 청원을 했더라도 해외거주 교포는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의 형사법을 적용할 수 있다.
(2)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사실이 거짓일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3) 청원 글을 올린 사람이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평가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청원의 내용으로 볼 때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4) 청원인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처벌대상이 아니다", 즉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다.
(5) 내용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청원인이 "자신은 한동훈 장관 딸과 관련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입증책임은 청원인에게 있고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직 변호사의 설명이므로 틀린 점이 없고 다 맞는 말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웬지 산만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싶다. 우리나라의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죄 구조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은 구조에 따라 'Miju Moms(미주 엄마들)'가 공개적으로 올린 청원의 내용을 간단하게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그들의 청원으로 인해 한동훈 장관의 딸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청원 글의 내용은 위에서 링크해 놓은 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1) "한동훈 장관의 딸이 허위의 경력(스펙)을 가지고 입학허가를 받았으므로 입학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원 글은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으므로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죄'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명예훼손죄는 형법에도 규정이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형법보다 먼저 적용된다고 하겠다.
(2)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여기서의 '비방할 목적'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외국의 사립대'로부터 입학허가 받은 것을 가지고 "부당하므로 취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근거는 별로 없다. 청원 글은 한동훈 장관과 그의 딸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적시한 내용이 사실이냐 허위냐의 여부는 형량에 관계되는 것이며, "사실이며 맞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한다.
(3) 만의 하나,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라고 인정되면 정보통신망법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법의 명예훼손죄 해당 여부를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다 &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지만, "허위이다 or 공공의 이익과 관계 없다"일 때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청원 글의 내용으로 보면 공공의 이익과도 관계 없고, 내용도 허위라고 생각된다.
결국, "한동훈 장관 딸의 MIT 입학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청원 글은 형법에 의하든 정보통신망법에 의하든,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친고죄인 '사자 명예훼손'을 제외하고는 명예훼손죄가 전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이므로 한동훈 장관이나 그의 딸이 '굳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고 한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
한편, 청원 글을 쓴 사람이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라면 한동훈 장관과 그의 딸이 처벌을 원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인 한동훈 장관의 딸이 이미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미국 내에서 형사절차를 통해 "청원 글 게시자가 누구인지를 찾아내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민사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미국법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 추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비싼 '인지대'를 물지 않아 소송비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위의 내용으로 공개 청원을 제기하는 등의 무책임한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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