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픔과 아쉬움을 그리움과 고마움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이별은 집착과 상처주기로 끝난다. 사랑했을수록 떠나기 어렵다. 그러니, 사랑을 추억하는 산뜻한 안녕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가사는 이런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랑, 있을 때는 아름답지만 깨지면 아프다
“참 좋네!” 처음 이 노래 가사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매달림도 없고 원망도 없다. 아프고 힘들 텐데도 과도한 감정의 이입으로 듣는 이들에게 슬픔을 강요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난 일을 아름답게 추억하면서 고마움과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할 뿐이다. 이렇게 차분하게 헤어짐을 노래하면서 듣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랫말도 흔치 않겠다 싶었다.
사랑은 깨지기 쉬운 물건이다. 눈이 부시고 아름답지만, 행여 잘못되지 않도록 늘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상대방의 존재만으로도 마음 든든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이별, 헤어짐은 보호막의 소멸이다. 힘들고 아프다. 그래서 사랑이 있을 때 행복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행여나 잃게 되는 날이 올까 두렵기도 하다. 사랑이 없어지더라도 내가 여전히 나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헤어짐이 현실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기억나? 그날의 우리가
잡았던 그 손엔 말이야
설레임보다 커다란 믿음이 담겨서
난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울음이 날 것도 같았어
소중한 건 언제나 두려움이니까
문을 열면 들리던 목소리
너로 인해 변해 있던 따뜻한 공기
여전히 자신 없지만 안녕히
사건의 지평선과 헤어짐의 미학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힘든 일이다. 후회, 원망, 그리고 때로는 저주까지도 한꺼번에 분출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상처도 오래 간다. 사랑이 빠져나간 그 텅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한 공황 상태가 찾아오고, 그 갑작스러운 상실감을 이겨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너무 소모적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좋거나 나쁘거나, 옳거나 그르거나, 선이거나 악이거나, 맞거나 틀리거나, 내 편이거나 남의 편이거나, 흑이거나 백이거나… 그런데, 세상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선악도 아니고, 옳거나 그르지도 않은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그저 ‘다를 뿐’이고, 나와 ‘맞지 않을 뿐’인 것이다. 굳이 내 가치관을 들이대어 이거냐 저거냐를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헤어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 벗어나면, 사랑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나 홀로 맞아야 하는 새로운 미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차분한 여유가 생긴다. 잘만 추스르면 사랑했던 기억이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다. 그립고 아프지만, 나와 함께 해 준 시간들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현재’가 아닌 ‘과거’이므로, 이제는 남겨두고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한번 넘어서면 다시는 ‘빽’을 해서 돌아나올 수 없다. 하지만, 가야 한다. 그래도 가겠다는 용기와 의지가 있으면 삶을 다시 긍정하고 희망할 수 있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나이 지긋한 ‘쉰세대’ 어른들의 사전에서는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랑했다고 하면 ‘당연히’ 결혼하는 것이고, 결혼했으면 또 ‘당연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하는 줄 알았다. 물론, 사회적 지위가 약한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측면이 컸지만, 어쨌든 지지고 볶고 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인생이다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짐도 일상이 되었다. 사람은 먼저 사귀어 보아야 하고, 안 맞는다 싶으면 헤어져야 한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이제는 원심력만 있을 뿐, 구심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면 무턱대고 ‘버티기’를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
헤어질 때에는 잘 헤어져야 한다. 그래야 서로 구질구질해지지 않고, 사랑했던 시간도 추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윤하가 '사건의 지평선' 가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별할 때의 ‘산뜻한 안녕’은 좋은 선물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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