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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로 읽는 삶

지코 새삥 가사 해석

by Writing1004 2022. 12. 21.

새삥은 비싼 고급브랜드의 옷이 아니다. 그런데, '옷걸이'가 좋으면 새삥을 입어도 고급으로 쳐 주고 프리미엄까지 붙여 준다. 새삥을 즐기려면 신삥, 새삥, 중고삥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감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가치의 중심이 물질적인 풍요와 과시에서 정신적인 여유와 개성으로 옮겨져야 새삥을 즐기고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새삥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쾌감

 

‘새삥’이 뭐지?

생소한 단어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새것’, 또는 ‘새것처럼 상태가 좋은 중고’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지코의 ‘새삥’ 가사에서는 (새 옷이기는 하지만) 브랜드 제품이 아닌 보세 옷 또는 No Brand 옷’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표준어가 아니니 국립국어원에서는 “뜻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마도 일본어 신품(新品, 새상품)의 발음인 ‘신삥’에서 유래된 신조어(新造語)일 것이다.

 

IMF 경제위기 당시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때에는 원화 가치가 워낙 낮고 우리 나라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매우 싸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일본인들이 무척 많았다. 쇼핑을 즐기기 위해 틈만 나면 한국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 상당히 부유한 중년 부인이 있었는데, 자기는 남대문 시장에서 해외 유명상표의 짝퉁을 사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 지금은 짝퉁 상품에 대한 단속이 심해 많이 없어졌지만, IMF 때만 해도 공공연하게 있었다.)

 

일본 사람들도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유명 브랜드(특히 유럽의 명품들)를 좋아한다. “돈이라고 하면 전혀 아쉬울 것 없는 대기업 사모님께서 왜 짝퉁을 사 가지고 다니실까? 짝퉁이라는 게 알려지면 창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분의 말은 의외로 쿨하였다. “짝퉁을 너무 잘 만들어서 보통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알기도 어렵지만, 그 누구도 설마 내가 짝퉁을 가지고 다닐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다 진짜 명품이라 생각하고 부러워한다. 그런 걸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지코의 새삥에서도 비슷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저가의 보세 옷을 입고 있는데, 남들이 브랜드가 뭐냐고 물어보고 몇 배씩 프리미엄을 붙여 주는 게 재미있고 통쾌한 것이다. 자기 개성에 꼭 맞추어 입으니 셀럽도 되고 베스트 드레서도 된다. 유행을 타지도 않는다.

 

기분이 째져
Ayy, who's the best dresser
반경 100m 누가 젤 튀어
잘 되면 셀럽
못 되면 평생 리셀러
내 개성은 시대를 안 타 huh
안 타 'cause

나는 새삥
모든 게 다 새삥
보세 옷을 걸쳐도 브랜드 묻는 DM이 와
I'm too sexy
헌 집 주고 새집
프리미엄이 붙어 두 배, 세 배, 네 배 yeah

 

나는 신삥, 새삥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감 뿜뿜의 자유인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에는 신삥을 갖기가 어려웠다. 옷이나 책 등은 아는 이웃으로부터 얻어 쓰거나 형이나 언니로부터 아래로 이어져 내려오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명절 때 새 옷, 설빔을 받으면 그렇게 신나고 기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게 너무 힘들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지만, 이제 기본적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고 경제적인 여유도 많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다양해졌고, 자기 자신의 개성에 대한 자각도 강해졌다. 이런 점에서, 지금 세대는 부모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코의 새삥에서는 브랜드 옷이 아니라는데 대해 주눅이 들거나 억지로 진짜인 것처럼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값비싼 브랜드 옷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할 수 없이 보세 옷을 사 입는 것이라면 이런 당당함이 나올 수 없다. 내가 필요로 하고 또 나에게 맞는 것이면 신삥이든, 새삥이든, 중고삥이든 관계없는 것이다. “최소한 반경 100m 안에서는 내가 제일 튄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옷걸이’도 좋지 않은데 괜히 길거리 패션만 대충 쫓아서 하는 친구들에게는 “암만 영끌해도 근본은 절대 못산다”고 일침도 놓는다. “빌린 티가 난다”고도 한다. 자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의 멋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으면 이렇게 하기 어렵다.

 

나는 새삥 11년째 freshman
유명세를 걷어 현찰 대신 스펙을 stackin'
Ooh! You're not savage
남의 멋만 쌔비지
난 취향을 감춰 그래
내 세컨 카는 수수께끼
Show and prove
의 심볼
넘볼 수 없는 임금
The king is back
!
다시 ''시국
암만 영끌해도 근본은 절대 못 사
눈팅으로 배운 너의 street fashion
뚜까 패고파

 

보세 옷을 살 때의 장점 중의 하나는 마음에 들면 언제든지 살 수 있고, 입다가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구석에 쳐 박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별로 아까울 것이 없고 시도 때도 없이 사니까 셀 수 없이 많다. 크게 부담될 게 없다. 이런 점에서 생일 때나 되어야 선물로 새 가방을 받는 엄마의 ‘연중행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게 귀하게 받은 물건을 안 쓰면 ‘배신’하는 일이 되지만, 필요할 때 가볍게 사서 쓰는 물건에서는 그러한 배신이라는 게 없다. 그러니 나에게는 그저 새신이 있을 뿐이다.

 

One, two, three, four 옷을 세는 것도 지겨워 man
New thang (new thang) I love my hates
원해 new chain (new chain)
우리 엄만 생일마다 새 가방이 생기지
신기록 갱신, 우린 없어 배신, 나는 매일 새신

 

하지만, 이렇게 자신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분명한 의식도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맨 손으로 밑바닥에서부터 남들보다 두 배 일하며 살아 왔다. 삶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며, 자기의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데에는 괴로움도 따른다는 것을 안다. 외로움도 안다. 대책 없이 엔조이만 하는 무뇌한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 간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게 바로 나 아니겠는가?

 

Yes sir, I really came from zero
그래서 두 배로 work
책임을 가진 삶은 생각보다 괴로워
언제나 let's go hard
내 옷은 새로워
난 운전할 때마다 맨 앞이라 외로워
안 무셔 drip check 내 옷들은 늘 새삥
아무도 못 말려 나란 바닥노무 쉐낀
멈출 수 없어 난 쌓아야 해 stack
안전모를 썼던 나는 절대 못해 cap

 

지코의 새삥 가사는 자신감 있게 말한다. "나는 나다. 내가 입으면 그게 최고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올 수 없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후회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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