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대폭으로 상승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가는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그러자 증권사들이 "주식보다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르면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을 보면 증권사와 소위 증권전문가들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기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꼭대기쯤 왔을 때 추천종목으로 올려 놓고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이지만, 이자율이 오르면 채권가격이 하락한다. 채권의 현재가치는 현재의 금리로 할인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채권이라도 내가 구입했을 때의 이자율보다 팔고자 할 때의 이자율이 높다면, 투자 원금에 손실을 입게 된다. 채권은 대체로 투자원금이 크기 때문에 손실을 입었을 때의 금액도 커진다.
미국은 지난 해부터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려왔고, 그 여파로 세계 각국에서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3월 제로 수준이었던 금리를 0.25~0.5%로 올린 이래, 불과 9개월만인 지난 12월 4.25%~4.5%로 대폭 올렸다. 인상속도 면에서는 역대 최고급이다.
미국의 경우, 2023년도 예상 금리를 5.0~5.25%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속도가 점차 완만해 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완만해 진다는 것과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연준이 지금 8% 내외인 물가상승율이 2% 정도로 대폭 하향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금리를 내릴 생각이 없다고 하므로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오르거나, 최소한 고금리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0년 가까이 제로 수준의 저금리를 즐기다가 갑자기 5% 가깝게 오르다 보니 금리가 오를만큼 올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도 80년도 초에는 금리가 무려 20%까지 갔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5~7%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의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오르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이제 곧 정점에 이를 것이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미국이 1983년 물가상승률을 4% 이하로 내리기까지 3년간 유지했던 금리가 14.5%였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보면, 2021년 5월 최저수준인 0.5%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라 2023년 1월에는 3.5%까지 올라왔다. 미국과는 1%p 정도의 갭이 있는데, 너무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칠 충격 때문에 부득이 최소한도로 인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이 5% 또는 그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우리나라도 그와 비슷하게 맞출 수 밖에 없다. 금리차가 클 경우 미국 쪽으로 자산이 유출되면서 환율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본다면, 이제 금리가 오를만큼 올랐다는 전제 하에 채권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르면서 투자를 추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비윤리적이거나 최소한 무책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당분간은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금리가 좀 더 높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채권 투자에 따르는 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외화이든 간에 증권사나 소위 전문가 내지 애널리스트들이 경제에 대해 분석하고 추천하는 내용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지 맹신하면 안된다. 그들은 투자자보다는 그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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