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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만사

테라폼랩스 권도형 검거와 송환, 기소 등 전망

by Writing1004 2023. 3. 24.

가상화폐 루나(LUNA) 폭락 사태를 일으켜 전세계적으로 50조 이상의 투자자 손실을 일으켰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었다. 권도형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2022년 9월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수단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인터폴에도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2023년 2월 증권거래소(SEC)가 권도형 및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하였고, 이번 검거 소식이 있자마자 뉴욕 검찰이 권도형을 증권사기,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하였다. 권도형 검거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정리해 본다.

 

1. 검거 장소인 몬테네그로는 어디?

이번에 권도형과 한창준이 검거된 장소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리고차의 공항이다. 몬테네그로는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13,812㎢로 전라남도와 비슷한 정도의 작은 나라이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알바니아 등 5개국과 아드리아해에 둘러싸여 있다. 

 

(몬테네그로와 인근 지역 지도)

 

그런데, 권도형이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것이 좀 의외이다. 몬테네그로의 포드리고차와 두바이 간에는 직항 항공편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와 두바이 간에는 직항 항공편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권도형은 테라폼랩스의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가 한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게 되자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르비아는 제1차 세계대전이 촉발된 곳 정도로만 알고 있는 매우 생소한 나라인데,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검찰의 추적이 어렵고, '가상화폐 천국'으로 불릴 만큼 가상화폐 현금화나 돈세탁이 쉬워서일 것이다. 

 

이번에는 세르비아에 입국할 때와 다른 루트를 통해 제3국으로 이동하려고 하다가 검거된 것으로 보인다. 권도형의 우리나라 여권은 무효화되어 있었으므로 세르비아에서 몬테네그로까지 갔다는 것은 불법입국을 했거나 위조여권을 사용해 국경을 통과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차피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갈 생각이었다면 입국한 기록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출국할 수 있으므로 위조여권을 사용해 무사히 몬테네그로에 입국하지 않았을까 추측되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도형의 공식적인 입국기록은 없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몬테네그로는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고, 세르비아보다 치안과 사법권이 안정되어 있다. 굳이 몬테네그로로 이동한 점으로 볼 때 두바이는 권도형의 최종 목적지가 아님이 분명한데, 검거될 때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므로 두바이를 거쳐 중남미 쪽으로 도피처를 옮기려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원래 거주하던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경찰이 권도형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조된 벨기에 여권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서유럽으로 갈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출국할 때 적발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몬테네그로에 입국은 하였지만 공항에서의 출입국 심사가 철저하기 때문에 빠져 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 앞으로의 전망과 절차는?

권도형에 대해서는 우리 검찰이 가장 먼저 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일단 우리나라가 먼저 송환을 받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남부지검도 권도형이 검거된 후 "법무부, 검찰과 공조해 빠른 시일 안에 권씨의 국내송환 절차를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도형이 송환을 거부하는 법적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도 현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몬테네그로 정부가 국외추방하을 택할 경우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으로 먼저 송환된다는 가정 하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이 모두 기소를 하였고 관할권이 있으므로

(1) 한국에서 먼저 처벌을 하고, 형기를 마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인도하여 재판을 받도록 하는 방안

(2) 미국이 먼저 형사처벌을 한 후 다시 우리나라도 불러와 재판을 하고, 만일 미국에서 처벌받은 것보다 크게 형량이 나오면 그 모자란 부분에 대해 추가로 처벌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국제법상 피의자를 송환할 국가는 '체포한 나라'에서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는 가장 먼저 기소를 한 국가가 범인을 인도받을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거기에 해당한다. 아무리 범죄인이라도 우리나라 국민인데, 우리 재판정에 세우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먼저 넘겨주면 일반 국민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서는 좀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이 공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고, 미국 당국이 권도형을 뉴욕 법원에 먼저 기소하는 방안으로 한국 측과 이미 협의를 한 후에 권도형에 대한 기소 등 조치에 나섰으리라는 것이다. 미국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데 강력한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전하거나, 권도형이 취득한 막대한 불법자금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려면 그가 은닉한 재산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해 12월 세계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공동창업자 뱅크먼 프리드를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바하마로부터 미국으로 송환받았던 뉴욕 검찰이 이번에 검거된 권도형도 송환받아 미국 내에서 사법절차를 진행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루나 사태로 미국 내에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 검찰이 권도형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증권 사기와 횡령, 배임 등 중요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청나게 센 국가이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인데, 공정한 경쟁과 시장질서를 해치는 이런 범죄들이 국가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식 시세를 조작해서 막대한 이익을 편취하거나 투자자들을 속여서 엄청난 펀드를 조성하고 그 돈을 빼돌려 수 천억, 수 조원이나 되는 피해가 발생해도 불과 몇 년 정도 감옥에 있다 나오면 그걸로 끝나는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이다.

 

권도형 정도의 엄청난 범죄행위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남아 있거나 숨겨 놓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무기징역으로 평생 감옥에 있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미국의 감옥이라는 곳이 또 얼마나 험하겠는가? 벌써부터 "권도형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오기를 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국으로만은 송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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