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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만사

BTS도 거쳐간 교육과정-연습생 1명에 연 1.2억 투자?

by Writing1004 2023. 3. 20.

오늘자(2023.3.20) 중앙일보에 "연습생 1명에 연 1.2억 쓴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하이브에 근무하는 여성 임원이 '2023 빌보드 우먼 인 뮤직' 멀티 섹터 부문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서면 인터뷰한 것인데, 개인적인 소감과 K-팝의 성공요인, 하이브의 노력과 시스템 등이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연습생 1명에 연 1.2억을 투자한다"는 제목 부분 자체였다. 

 

하이브에 따르면 "노래와 안무 등 연습생의 역량 교육과 더불어 다문화, 성인지, 자기주도성 등 기본소양과 인성 교육까지 시행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굳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내용에 수긍되는 점이 있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아이돌 그룹을 발굴하여 육성해야 하는 리스크를 회사가 부담해야 하니 투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정도의 이슈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회사가 주장하는 막대한 투자가 순전히 아이돌 그룹의 발굴과 육성에 소요되는 금액인지 하는 점이다. 예전에 나의 막내가 걸그룹 후보로 활동하고 싶다고 해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건네 준 계약서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계약서의 내용은 조금이라도 법에 대해 알거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사인을 할 수 없는 "노예계약" 그 자체였다.

 

그 때는 아직 K-팝의 태동기라서 중소형 기획사들이 난립하고 있었고, 자금력이 취약한 기획사들은 교육비의 일부를 후보생 부모로부터 받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런 점까지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후보생을 일단 받아들인 후부터 들어가는 모든 비용, 예컨대 식비와 교육비, 교통비, 의상비 등은 물론이거니와 기획사에서 섭외나 기타 대외활동에 쓰는 모든 비용을 투자비로 계상하고, 나중에 TV나 방송에 출연하거나 음반 제작/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전부 공제하도록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들이 정말로 쓰여진 것인지, 후보생들을 위해서 쓰여진 것이 맞는지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후보생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던 것이다. 하다 못해, 기획사 사람들끼리 먹고 마신 비용, 접대를 내세워 룸살롱이나 골프장 가서 쓴 비용, 여행간 비용 등이 전부 연습생 관련 지출로 둔갑하는 구조이다. 더욱 심각한 독소조항은 그러한 비용이 전부 보전되기 전까지는 보수를 전혀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탈퇴나 이적도 할 수 없고, 이런 저런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려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물어내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연예계 활동 10년, 20년에 꽤 유명하게 성공했어도 한 달에 20만원씩 받았느니 30만원씩 받았느니 하는 이야기가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간 연예계가 많이 좋아졌고, 이러한 부당한 일은 대부분 없어졌다고 하는데, 말로만 듣던 "연예인 노예계약"을 실제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충격은 엄청났다. 

 

둘째로, 그룹이 성공했을 때 그 멤버들에게도 정당한 보상을 해 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하이브와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후보생 육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하는 부분이 강조되었지만, 사실 후보생들도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누구 일방만의 희생과 투자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공했을 때, 과연 소속사들이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 주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세계 톱클라스 반열에 올랐으면 그 멤버들도 재벌-준재벌 급의 부를 누리는 것이 정상이다. BTS는 그 멤버들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각자가 재산 규모가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과연 수 조원대의 세계적인 거부가 된 방시혁 의장에 비할 바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BTS의 재능과 인기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은 회사 내지 대주주들이 차지하고, 정작 본인들에게는 아주 일부분만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하이브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구조가 남아 있다면 개선되어야 한다. 무명의 연습생을 키우기 위해 연 1.2억이나 되는 돈을 쓴다는 이야기만 강조되어서는 안된다. 회사가 각각의 멤버들과 합리적인 조건에 따라 계약을 맺고, 그룹이 성공하면 그들에게도 충분하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는 점도 확실하게 해 주어야 한다. 멤버들에 대한 보상을 마치 무슨 인심이라도 쓰듯이 인색하게 던져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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