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시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9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곳도 아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음주운전 사고가 줄지 않고 계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에는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도 도사리고 있다.
운전자 본인의 낮은 죄의식과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의 합작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라고 그렇게 홍보를 하고 강조해도 왜 이런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지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더욱이, 그 희생자가 열 살도 되지 않는 어린 생명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참으로 기가 막힐 뿐이다.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듣기만 해도 움찔하게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서는 음주운전을 금지하고 사고 발생시 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툭하면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멀쩡하던 가정이 파괴된다. 대리운전이 보편화된 지도 오래되었고, 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택시가 바로 코앞까지 와 주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왜 굳이 술을 먹은 채 운전을 하는 것일까?
행위자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과 음주운전이 범죄행위라는 데 대한 낮은 인식,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 등이 1차적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과 유화적인 태도 또한 보이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한다. 그런데, 재판 결과를 보면 음주운전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고 경감해 주고,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경감해 주고, 반성문 썼다고 경감해 주고, 범죄자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경감해 주는 식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술 마시고 운전해 사망사고를 내는 범죄자들이 피해자와 그 가정에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부터 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이 술 먹고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아예 운전대를 제대로 잡고 운전할 수 없다. 뻔한 거짓말에 오리발부터 내미는 사람들의 태도가 어이없지만, 그런 게 통하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판사들의 안이한 인식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처벌 만능주의는 피하되 관대한 처벌이 무모한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 방지 필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비단 개인과 관련된 범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는 기업에 손해를 미치는 횡령이나 배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등이 적발되면 속된 말로 ‘작살을 낸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뻔히 보이는 주가조작이 주식시장에 횡행하는 데도 별로 처벌받는 사례가 없다. 주가조작범들이 ‘대북사업 수혜주다’, ‘신약개발 수혜주다’ 하는 허위정보로 주가를 수십배 뻥튀기하고 팔아 치워 일당이 일거에 재벌오너 수준의 거부(巨富)가 되어도, 그 일당들이 전부 검거되어 엄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옵티머스'다, '라임'이다 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펀드사기 사건이 발생해서 수 천, 수 만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돈은 이미 찾을 길이 없고 주범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법처리도 지리하고 멀기만 하다.
몇 년 전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의 참고인이 되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나 말고도 사건의 진행경과를 알고 있는 사람 여러 명이 모두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거짓말로 사실을 은폐하였고, 있었던 사실을 제대로 진술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재판정에서 선서를 한 증인들조차 위증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예전에 회사 일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재판이 진행된 일이 있는데, 미국인 현지 직원들은 법정에 나가 진술하는 것을 극히 두려워했다. 일단, 나가서 증언을 하게 되면 거짓을 말할 수 없고, 혹시라도 증언이 사실과 달라 문제가 되면 미국 사회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사는 것이 불가능해 진다고 한다. 그러니, 법정에 나가 증언하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너무 느슨하다.
때로는 순간적인 실수나 과실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고, 자신의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엄벌주의가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사람이 생명을 잃는 회복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되었는데도, 적당히 돈으로 합의하고 변호사 코치를 받아 반성문 몇 장을 써 내기만 하면 선고형량이 크게 경감되고 집행유예까지 받을 수 있는 식의 유약한 처벌로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선량한 시민이 희생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선고 형량을 20년 수준으로 대폭 올렸더니 사고 발생이 5분의 1로 확 줄었다고 하지 않는가?
음주운전 사고는 운전자 본인의 선택만으로 100%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음주운전 자체가 개인의 옵션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고, 관대한 처벌이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둔화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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