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USS 미주리호 선상에서 일본으로부터 항복문서에 서명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후 미군 극동사령관으로서 일본에 주둔하고 있다가, 1950년 6.25가 발발하자 UN군 연합사령관으로서 전쟁에 참여하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 등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총 지휘하였으나, 그 다음 해 4월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고 전역하였다.
맥아더 장군은 1951년 4월 19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 출석하여 고별사를 낭독했는데, 그 때 말한 내용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구절이다. 하지만, 약 35분에 걸쳐 낭독된 그의 고별사에는 승리를 눈 앞에 두고도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수 많은 인명이 희생당하고 한반도가 유린당하는 것을 보아야 했던 전쟁 영웅의 아쉬움과 회한이 담겨 있다.
고별사의 전체 내용은 꽤 긴 편인데, 그 가운데 우리 나라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 뒷 부분을 아래에서 인용해 본다.
(앞 부분 생략)
일단 전쟁이 우리에게 닥치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이지, 질질 끄는 우유부단함이 아닙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중국을 달래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역사의 교훈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유화적인 정책은 더 새롭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낳는다는 점을 역사는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 사례, 유화책이 위장평화 이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한 둘이 아닙니다.
마치 협박과도 같이, 그것은 유일한 남은 대안이 폭력이 될 때까지 계속 새롭고 더 큰 요구를 하도록 만듭니다.
저의 부하 병사들은 물었습니다.
"적에게 군사적 우위를 양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분쟁이 "중국과의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소련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것입니다.
두 설명 모두 타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미 최대한의 전력으로 개입하고 있고, 소련은 우리의 군사적 대응에 굳이 얽혀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코브라뱀처럼, 어떠한 새로운 적이라도 군사적 면에서, 또는 다른 잠재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느낄 때 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비극은 군사 작전이 한국의 영토 내로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중국은 해군 및 공군의 전면적인 폭격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를 받는 성역이 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한국은 그러한 공격으로 인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 가운데, 공산주의에 전면적으로 맞선 나라는 오직 한국뿐입니다.
한국 국민들의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되기보다는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태평양을 포기하지 마십시오!"였습니다.
저는 전장에서 싸우는 여러분의 아들들을 한국에 남겨두고 왔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모든 시련을 감내하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고 여러분께 주저 없이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호하고, 이 야만적인 전쟁을 명예롭게, 그리고 최소한의 희생으로 가장 단시간 내에 끝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유혈 참사는 저에게 깊은 고뇌와 불안을 안겨 주었습니다.
저는 늘 그 용감한 병사들을 생각할 것이고 그들을 위해 항상 기도할 것입니다.
(이하 부분 생략)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구절은 위에서 인용한 내용보다 조금 뒤에 나온다. 맥아더 장군은 중국의 6.25 전쟁 개입은 피하기 어려우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를 위해 (1) 압록강 이북에서 안전한 상태로 주둔하고 있는 중국군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2) 중국의 해안을 봉쇄해야 한다, (3) 중국 해안 및 만주 지역에 대한 정찰비행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 (4) 대만군 전력의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등의 전략적 방안을 주장했다. 미군의 고위 지휘관들 내에서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부 인사는 그를 '전쟁광'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비난했다. 지금까지도 일부에서는 그가 확전을 주장했기 때문에 사령관에서 해임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맥아더 장군의 의회 고별사를 들어보면, 그는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지, 중국과의 확전 자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기력한 대통령 트루먼, 그리고 그의 영향력과 인기를 두려워하던 정치인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둘러대어 물러나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맥아더 장군의 주장대로 전쟁이 진행되었다면 귀중한 인명이 훨씬 덜 희생되었을 것이고, 우리 한반도에도 일찌감치 통일된 정부가 들어섰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맥아더 장군은 1964년 4월, 84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노병도 가고 장군도 갔으나, 영웅의 말은 살아남아 지금도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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