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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만사

도난 없는 사회-외국인이 놀라는 한국문화

by Writing1004 2023. 1. 21.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한국문화 5개를 들어보니 (1) 배달음식 (2) 24시간 PC방 (3) 공중화장실 (4) 호출벨, 그리고 (5) 도난 위험이 없는 것 등이 꼽혔다고 한다. 실제로 유튜브나 틱톡 등을 보면 한국에 살고 있거나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도난 걱정 없는 게 놀랍고 한국의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라고 소개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도난이 없는 것은 다른 4개의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장점이다.

위에서 거론된 5개의 문화 가운데 '도난 위험이 없다'는 것은 다른 4개와는 그 성격이나 차원이 매우 다르다. 배달음식에서 호출벨까지는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대체로 하드웨어적인 성격의 것으로 다른 나라도 '하려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도난 위험이 없는 것'은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식수준이 따라 주어야만 비로소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잠시도 한눈을 팔면 안되는 다른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정말로 신기하고 놀라울 것이다.

 

전 세계에서 도난 내지 절도의 위험이 거의 없는 국가는 아시아에 몇 개 정도 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장 가까운 일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독특한 점이 있다. 일본은 전체적으로 범죄율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절도 뿐만 아니라 사기도 별로 발생하지 않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사기는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지만 도난은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그 점은 매우 희안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도난이 거의 없다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장점이고 자랑거리인데, 내 기억에 우리도 80년대까지는 도둑이나 소매치기가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특히 2000년대에 들어 갑자기 없어진 느낌이 든다. 그 이유를 분석해 놓은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물건에 절대로 손을 대면 안된다, 남의 물건을 줍거나 하면 경찰서에 신고해라'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란 것이 누적되어 어느 때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자리잡은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모들이 남의 물건에 손대는 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보고 배우는 면도 있겠다. 거기에 몇 가지 요인을 추가로 생각해 본다면, 요즈음에는 지갑에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물건 훔쳐 봐야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웬만한 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들고 튀어봐야' 숨을 곳이 별로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기 것을 스스로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파리에 살 때는 도난/절도는 늘 벌어지는 일상이었다. 파리와 런던, 로마는 유럽에서도 가장 실력있는 '선수'들이 각지에서(특히 동유럽에서) 모이는 곳이고, 바로 내 앞에서 핸드백이 사라져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상적인 소지품이나 돈 몇 푼 잃어버리는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권이나 중요한 서류가방을 잃어버리거나 폭력까지 당하면 그 후유증이 보통이 아니다. 한국 본사에서 출장으로 파리 도착해 시내에 들어오다가 가방이 몽땅 털려 사무실이 아닌 경찰서에 들러 피해접수부터 해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소매치기가 너무 횡행하고 청소년 범죄인 경우가 많아 경찰이 굳이 범인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고, 잡아도 대부분 방면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냥 자기가 조심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전문 소매치기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잠재적인 소매치기'라고 생각을 하고 대비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잠시만 한눈 팔면 소지품이 없어지기 때문에 "소매치기 같다, 아니다"를 생각하고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유럽 같은 곳에서는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살면서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몇 가지를 말해 본다.

 

  • 자기 앞쪽이 아닌 뒤쪽에 물건을 보관하면 남의 것이나 다름 없다(뒷주머지, 뒤로 메는 가방 등).
  • 식당에서 의자에 핸드백을 걸쳐 놓거나 하면 안된다.
  • 겨울철 같은 경우에는 고급 외투를 옷걸이 등에 걸어 놓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자기의 싼 외투를 비싼 외투 옆에 걸어놓고, 나갈 때 자기 것이 아닌 비싼 남의 외투를 들고 나간다).
  • 지하철에서는 출입구 쪽에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지 말아야 하며, 지갑이 보관된 상의나 하의 포켓은 가급적 팔장을 끼거나 해서 미리 방어하는 것이 좋다.
  • 남이 땅바닥에서 뭔가를 주워 들고 "이거 당신이 떨어뜨린 것 같다"고 하며 손을 내밀 때에는 포켓부터 막아야 하며, 물건을 자꾸 가져가라고 내밀더라도 그냥 지나쳐야 한다(금반지라고 하면서 내밀면 쳐다보기 쉬운데 잘 닦은 구리이고, 자꾸 "내 꺼는 아니니까 당신이라도 가져가라"고 해서 받으면 그 다음에 커피나 빵을 사먹을 수 있도록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 사물함 등에 물건을 보관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두꺼운 자물쇠를 채워 두어야 한다(작은 자물쇠는 채워도 바로 파손해서 꺼내갈 수 있다). 
  • 몽마르트 언덕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라고 장사꾼 여러 명이 접근하면 바로 자리를 피해야 한다. 몇 명이 둘러싸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으며, 위압감을 주어 물건을 강매하거나 물건을 빼앗는 경우가 있다.  
  • 공항에서 시내로 올 때 공항버스를 탈 경우에는 가급적 창 바로 옆에 앉지 말고 복도 쪽으로 앉는 것이 좋다. 믿기 어렵겠지만, 버스의 창을 깨고 승객의 핸드백을 빼앗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 혹시 렌터카를 이용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거나 하게 되면, 맨 바깥쪽 차로는 피하는 것이 좋고, 조수석에 앉을 때에는 핸드백 등을 무릎에 놓지 말고 잘 안보이는 바닥에 내려 놓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조수석의 유리를 깨고 무릎에 있는 핸드백을 탈취해 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이런 유형은 파리 시내에서도 발생한다).

 

이상과 같은 사례 외에도, 현지에 살다 보면 적지 않은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파리를 마치 '범죄 소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해서 유감이기는 하지만, 일단 그런 피해를 입지 말아야 낭만도 즐길 수 있고 추억도 생기는 법이다. 지갑이나 가방을 도난 당해서 어쩔 줄 모르고 경찰서와 대사관 왔다 갔다 하면서 임시 출국과 입국을 위한 서류 만드느라 정신이 없으면 낭만이고 추억이고 다 날라가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 가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기 쉽다. 도난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문화적으로나 정신적인 면에서도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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