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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만사

더 글로리 대사 중 거주지 확인방법과 법무부의 반박-누가 맞나?

by Writing1004 2023. 3. 17.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더 글로리」의 대사 내용을 두고 법무부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반박 설명을 했다고 한다. 더 글로리 시즌2가 공개된 지 불과 며칠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자, 드라마를 통해 잘못된 내용이 전파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법무부의 설명이 그리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    

 

1. 더 글로리의 대사 내용

문제가 된 대사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어머니 정미희(박지아 분)가 18년 동안이나 연락을 끊고 지내던 딸의 거주지를 동사무소에서 알아냈다고 하는 내용이다. 시즌2의 제10화에 등장하는 장면인데, 집주인(손숙 분)과의 대화에서 나오고 주인공과의 대화에서도 같은 맥락의 내용이 한번 더 나온다.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집주인과의 대화 (정미희) 너 여기 살지. 내가 주소 다 떼 보고 왔어. 너 여기 있는 거 다 아니까 얼른 문 열어!
...
(정미희) 여기 여자 한 명 살죠? '문동은'이라고... 걔가 내 딸이에요.
(집주인) 거기 아무도 안 살아요.
(정미희) 동사무소에서 떼 보니까 여기로 다 뜨던데, 뭘 안 살아?
딸과의 대화 (문동은) 어떻게 알고 왔어?
(정미희) 나 니 엄마야. 핏줄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니? 어디 또 숨어봐. 내가 못찾나...

 

2. 법무부의 설명 내용

위의 대사에 대해 법무부가 설명한 내용은 아래와 같이 좀 복잡하다. 

(1) 2021년 11월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가해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2021년 12월 동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 이 법에 따라 가정폭력 피해자는 배우자, 직계혈족을 지정해서 시/읍/면의 장에게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교부를 제한하거나 기록사항을 가리도록 신청할 수 있다.

(3) 따라서, 현행법상 문동은(정폭력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문동은의 어머니는 동사무소 등에서 문동은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

 

법무부에서 설명한 법률의 해당 조문은 아래와 같다. 

 

 

법무부의 설명에도 있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청'이 먼저 있어야만 한다. 신청이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문동은이 18년 동안이나 인연을 끊고 살았던 어머니가 자기의 거주지 정보를 빼낼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신청을 미리 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 

 

신청자의 자격 관련해서도, "가정폭력피해자"는 위의 붉은색 배경으로 표시된 부분에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피해자"로 명시되어 있다. 동 법의 피해자는 형법 등에서 정한 여러 가지의 범죄의 피해자로 열거되어 있는데 상해와 폭행, 유기와 학대, 체포와 감금, 협박, 강간과 강제추행, 명예훼손, 주거침입, 권리행사방해, 사기와 공갈, 손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이 포함된다.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양육하지 않았고, 주인공이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임지연 분)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자퇴의 실제 사유(학폭 피해)를 은폐시켜 준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위의 법에서 규정한 "가정폭력의 가해자" 범주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3. 더 글로리의 대사 내용은 맞나? 

법무부가 반박 내지 설명한 내용은 실제 현실이나 드라마의 내용과 괴리된 느낌이 있지만, "더 글로리의 대사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 자체는 맞는다고 본다. 동사무소를 통해 가족에 속하는 사람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서류에는 (1) 주민등록등본 (2) 주민등록초본 (2) 가족관계증명서 등 세 가지가 있다.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 주소지를 같이 하는 세대의 세대주와 세대원에 대한 내용 기재
주민등록초본 세대원 개인에 관한 정보 기재 (현재 및 과거의 주소, 병역사항, 개명 이력 등)
가족관계증명서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 기재. 등록기준지(본적) 기준 

 

드라마의 내용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18년 동안이나 연락을 끊고 지내 거주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딸을 찾아온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주소지에 함께 주민등록이 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주민등록등본이나 (주소지/거주지가 아닌) 등록기준지/본적지 정보가 나오는 가족관계증명서는 해당사항이 없고, 주인공의 주민등록초본을 확인해 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나 대리인뿐이며, 대리인의 경우에는 위임인 본인과 자기의 신분증, 위임장, 기타 신청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드라마 내용상 주인공의 어머니가 이러한 자격을 갖추었을 리는 없으므로 "동사무소에서 알아봤다"고 하는 내용의 대사는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24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정부24 홈페이지 화면 캡쳐)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대사 내용이 항상 사실 내지 진실에 부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 글로리의 해당 대사 내용도 "주인공의 어머니가 딸의 주소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하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을 이해시키기 위해 삽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법무부까지 나서서 반박할 필요는 없었을 터인데, 알기 어려운 법률 규정까지 들어가면서 굳이 설명하려다 보니 오히려 "진짜 그런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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