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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만사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통계자료와 논점

by Writing1004 2023. 2. 5.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지하철 요금 인상이 본격 추진되면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대구시에 이어 서울시가 무임승차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여 논란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이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워낙 많고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외에, 정년퇴직 및 국민연금, 노인복지 등 다른 중요한 정책과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원만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여기에서는 이 논란의 원인과 핵심 논점을 통계자료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연간 무임승차 규모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련 법률 등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등에게 적용된다. 무임승차 제도가 적용되는 12개 전철/도시철도에서 그 혜택을 보는 인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는 비정상적인 면이 있으므로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총 4억 9,709만명, 하루 평균 136만명 정도이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자료 : 통계청 KOSIS 무임승차 대상별 현황)
(노인 무임승차 관련 법령 규정)

 

2019년 자료를 무임승차 대상별, 전철/도시철도별로 구분하여 보다 상세히 정리한 자료가 아래 표이다.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등의 경우에는 무임승차에 반대하는 의견이 없고 점유비도 모두 합쳐 18% 정도에 불과하므로 노인에만 국한하여 본다면, 2019년 연간 총 무임승차 인원은 4억 895만명(하루평균 112만명) 수준이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5,485억원이었다.

 

전철/도시철도 운영기관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인원은 연간 2억 2,509만명에 전체 대비 점유비 55%이었고, 금액기준으로 총 3,049억원에 점유비는 56%였다. 한편, 2019년 서울교통공사의 연간 총 수송인원은 26억 7,142만명으로 발표된 바 있으므로, 노인 무임승차 인원은 서울교통공사 전체 수송인원의 8.4% 수준이다. (노인 이외의 대상인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무임승차 비율은 약간 더 올라간다.) 서울 다음으로는 부산과 대구의 연간 무임승차 규모가 크며, 이들 3개 도시가 전체의 86%를 점하고 있다. (* 민자노선인 서울메트로9호선은 서울시와 정부에서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해 주므로 별도로 함.)

 

 

그러면, 노인 무임승차가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교통공사의 최근 4년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과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을 함께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 2017년 5.31부로 서울메트로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었으므로, 편의상 2018년 이후를 살펴봄.)

 

코로나19로 매출이 급락하고 손실이 대폭 확대된 2020년 이후는 예외적이라 보고 그 직전 연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 대비 무임승차 비용의 점유비는 63%에 달한다. 현재의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게 되면 그에 따라 적자폭 축소, 수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무상에서 유상으로 전환하면 노인 인구의 탑승도 감소하여 실제 개선효과는 줄겠지만, 그러한 세세한 부분까지는 산출하기 어렵다.)

 

2. 근본 문제 :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연로한 분들을 존중하는 미풍양속이 있고 노인복지라는 큰 명분도 있는데, 노인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게 된 배경에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급격히 하락하여 세계 최저수준까지 내려온 반면,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노인 인구의 절대 숫자와 점유비가 모두 급상승했고, 이로 인해 노인복지와 관련하여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어버이날부터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50% 할인혜택을 주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1984년 노인복지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재와 같이 '65세 이상 노인 100% 할인(무임)'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인구수는 1980년 145만명으로서 총인구 대비 3.9%에 불과하였지만, 그 이후 급속히 증가하여 2021년에는 871만명으로 1990년의 6배가 되었고, 총인구 대비 점유비도 16.8%에 달하고 있다.

 

UN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점유비가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8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지금부터 불과 2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무임승차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과 논의는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다. 

 

(통계청 KOSIS 성별/연령별 추계인구 자료)

 

3. 제도 시행자와 비용부담 주체의 불일치 문제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국회가 제정한 경로우대법에 근거하고 있고 제도와 관련된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된 비용은 전부 전철/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부담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 공공요금이기 때문에 적자 보전을 위한 요금인상도 어렵고, 현행 제도 하에서 요금을 인상하면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유상승객들이 떠맡아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맹점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되는 것이지만,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실제로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물론, 정책적인 면에서도 없애자는 이야기를 쉽게 하기가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전부나 일부를 보전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각 이해당사자 내지 주체들의 주요 입장 내지 논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서울교통공사 등
(제도 수정 입장)
1) 노인 무임승차 부담이 계속 증가하여 적자 심화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2)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복지제도의 일환이므로 필요한 비용을 정부에서 보전해 주어야 한다.
3) 현재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그 비용이 전부 유상승객들에게 전가되므로 부당하다.
4) 노인들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은 '과잉복지'이다.
5) 노인 무임승차의 주 이용자는 수도권-광역시 거주자들인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고 거주 여건이 좋은 이들 지역에 무임승차 혜택이 편중되므로 형평에 맞지 않고, 전철/지하철도가 없는 지방 주민들은 혜택이 없어 역차별을 받는 결과가 된다.  
6) 노인들 가운데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노선망이 풍부한 버스와 달리) 전철/도시철도 역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국한되므로 혜택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실효성도 적다.
7) 무임승차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 확충이나 전철/지하철도 안전사고 등은 노인층에 집중되어 있다. 
8)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개선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증가한다.   
대한노인회 등
(현행 유지 입장)
1) 노인들을 위해 전철/도시철도를 별도로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빈 자리 내지 여유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노인 무임승차로 전기요금 등 운영비가 추가로 드는 것은 아니다. 
2)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받는 서울교통공사 등이 스스로 경영정상화에 애쓰기 보다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적자가 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3) 우리나라는 정년이 60세에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직장에서 밀려나는 게 현실이다.  65세는 정기적인 소득이 거의 없게 되는 연령이므로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 등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된다.
4)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데, 이러한 문제는 방치하면서 무임승차 문제로 시비를 거는 것은 '노인학대'에 불과한다.
5) 이용연령 조정 등은 정년 연장과 노인일자리 확대, 연금제도 개혁, 노령수당, 노인 관련 세제 개선 등과 함께 포괄적으로 연계 검토해야 하며, 전철/도시철도 적자 보전의 방편으로만 거론해서는 안된다.
6)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들의 활동성을 증가시키며 이는 노인건강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하면 노인 의료비 지출 증가 등 사회적 비용/손실이 오히려 커지게 된다.
7) 주택을 소유한 대도시 지역 은퇴자들도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급등 등 경제적 부담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등의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정부/국회 등
(어정쩡한 입장)
1) 노인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은 특정 지자체에 거주하는 특정 이용계층만을 위해 복지 지출을 하는 결과가 되므로 곤란하다.
2) 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4.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접근방안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정부나 국회는 이 문제를 자칫 잘못 건드릴 경우 정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폭발력을 우려하여 원칙론만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제도 유지의 논리 중에는 "지금의 노인 세대가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어 세계 10대 강국으로 성장시켜 왔으므로 그에 대한 유공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지금의 젊은 세대라고 해서 그러한 노력과 기여를 안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노인이 기여했냐"라는 식의 반박도 가능하기 때문에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감정적인 논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각자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를 갖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것 같지만, 잘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측에서도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고 운영기관의 적자 축소와 유상승객 부담 완화를 위해 적용 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행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쪽도 "제도 변경 절대 불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변경하려면 노인 복지가 저해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다른 정책적 대안과 같이 검토되어야 하며 이용시간대 조정 등 유상승객들이 입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1) 평일 출퇴근 시간대는 유상 이용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둠으로써, 노인들이 혼잡한 시간대에 이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부감 내지 반감 최소화

(2) 노인을 65~69세, 70세 이상 등으로 세분화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혜택의 범위를 넓혀 나가는 방식으로 차등화

(3) 노인 무임승차를 국가 바우처 제도에 포함시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의 일환으로 전환(선별적 복지제도로 전환. 월별 이용 가능 금액/한도 설정 등)

(4) 이용 대상 교통기관에 전철/도시철도 외에, 버스까지 포함시켜 실질적인 활용 범위 확대(지역간 형평성 문제 해소 및 실효성 제고)

등을 논의해 나가면 노인 무임승차 이슈에 대해 각 이해당사자들이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바우처 제도로의 전환이나 대상 교통기관 확대 등은 결국 복지예산 증액과 운영기관의 손실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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