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의 72%가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 제정에 동의한다고 한다. 일종의 '금지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직장은 가장 자연스럽게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상하 권력관계가 개인의 자유로운 성적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직장인의 대부분은 상사와 후임간의 사적인 연애에 부정적
신문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직장 상사와 후임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 제정에 찬성(동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와 남녀평등을 자랑하는 21세기에 무슨 뚱단지 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수치는 그렇게 나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여론조사의 질문이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직장 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구글 등 해외의 여러 기업들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찬성 비율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라고 여겨지는 점도 있다. 질문 자체로는 찬성하는 직장인의 대다수가 여성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성 70% 대비 여성 74.7%로 생각보다 그 차이가 매우 작은 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원치 않은 상대방에게 구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답한 여성이 14.9%였는데, 남성도 8.1%나 된다.
핵심은 '상사와 후임'이라는 특수한 관계
이 기사와 관련해서 핵심은 ‘직장 내에서의 사적인 연애를 모두 금지하는 취업규칙'이 아니라,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이라는 점이다. 즉,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연애를 하는 것이야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속하므로 회사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일단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놓이게 되면 부하직원의 자유로운 의사가 억압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현실 인식 내지 문제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상사의 지시와 요구를 거절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상사는 나에 대한 평가권을 갖고 있고, 보직이나 부서 이동, 궁극적으로는 나의 승진과 월급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루의 대부분 또는 많은 시간을 서로 얼굴 맞대고 지내야 한다. 웬만해서는 그 사람과 부딪히기 어렵다. 회사의 규모가 크고 업력도 쌓인 회사들은 부하직원의 상사에 대한 평가제도나 고충상담실 운영, 감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인의 일탈과 비위를 방지하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언제나 잠복해 있다. 공적으로 주어지는 권한을 사적인 목적과 욕심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금지 대상' 여부를 떠나 직장 내 건전한 상하관계 구축이 중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상벌심의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왜 이렇게 쓸데 없는 말과 행동을 해서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망칠까” 하는 의문과 안타까움이 들 때가 정말 많았다. 특히, 성희롱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농담이나 접촉, 행동은 모두 성희롱(* 범죄의 수준에까지 이른 것은 성폭력이다)’이라는 인식은 이미 사회적으로 확고하게 뿌리내려져 있다. ‘예전에는 말이야’ 하면서 시대가 바뀐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꼰대짓이나 하다가는 언젠가 멸종하게 될 '다이노소어'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상사는 상사답게 경륜과 인격으로 부하 직원을 대하고, 부하 직원은 부하 직원답게 실력과 당당함으로 상사를 대해야 회사도 건전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사내연애를 허용할 것이냐 금지대상으로 할 것이냐 하는 이슈로부터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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